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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사진회고

김영태

2014년 한국사진회고


 2014년 한국사회는 퇴행과 가치관의 혼란을 거듭한 해로 역사에 기록 될 것이다. 새해벽두부터 어린학생들이 대학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였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하여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었는데, 4월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위해서 여객선을 탄 고등학생들이 거의 수장에 가까운 참사를 당했다. 사고 초기에 인명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였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국가 지도자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하여 국가 폭력에 가까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이후에도 사회 곳곳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인권, 윤리, 도덕, 국가시스템, 국가 지도자의 능력 등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하는 사고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선 당시의 공약을 대부분 파기하고 있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한계지점을 너머선지 이미 오래 되었다. 또 대통령이 코미디처럼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져든 것 같고 서민경제는 이미 파탄에 빠져들고 있다. 또한 경제적인 양극화는 극복 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은 헛발질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무능 이상의 무능을 거듭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청와대는 현실 감각이 전혀 없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서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에 있다. 정치철학도 없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거의 바닥수준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도 상처투성이다. 1995년에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출발한 광주비엔날레는 본 전시와 무관한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의 일부 전시작품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무리하게 바라봄으로써 전시를 방해하여 본 전시까지 상처를 입혔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음모가 이 전시의 출발지점에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김이 들고 있다. 또 부산비엔날레는 이전행사가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에 많은 미술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행사의 취지와 맞지 않는 오광수씨가 운영위원장에 취임하여 전시감독 선임과정에서 무리한 행동을 하였고 행사는 파행으로 마무리 됐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개관전시 때부터 공정하지 못한 작가선정, 전시작품 무단철거 등 여러 문제를 발생 시켰는데 결국에는 신임 큐레이터 선임이 원칙이 무시된 인사로 알려짐으로써 전무후무하게 관장이 파면됐다.


 한국사진도 2014년은 그다지 유쾌한 해는 아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자 실질적인 선주로 알려진 전 세모그룹회장인 유병언씨가 자신이 찍은 풍경사진을 루브루 박물관에서 전시한 것과 고가에  판매한 것이 기사화됨으로써 한국사진의 위상이 실추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또 장국현이라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소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무단으로 금강송을 베어버린 것이 기사로 나오면서 또 다시 사진이 입방아에 올랐다.


 올해는 동강국제사진제, 전주국제포토페스티벌,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경남현대사진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국내최대사진행사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되는 해이기 때문에 년 초 부터 많은 사진계 관계자들이 큰 기대를 갖고 행사를 기다렸다. 특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16년이면 행사가 시작 된지 10년째를 맞이하기 때문에 좀 더 성숙된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부적합한 운영위원장 및 기획자 선임, 고질적인 늦장 행사준비, 운영위원회의 파행, 운영위원장의 독단, 아집, 무지 등 여러 요인들이 어우러져서 역대 가장 최악의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또 예산 관리를 잘못하여 예산이 남는 큰 과오를 범했다. 그 결과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서 사상 최초로 제주도를 시작으로 여수와 서울에서 순회전시를 갖는다.순회전시의 명분은 수익을 남기기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비엔날레는 수익을 남기기 위한 상업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변명하기 위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대구에서 전시를 관람했고, 가장 관심을 끈 주전시를 제외하고 ‘만월’과 ‘전쟁속의 여인’으로 순회전시를 구성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이제 한파가 시작되었는데 추운 겨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시를 관람 할지 의문시 된다. 이제 이번 행사를 결산하고 차기행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2016년 행사준비도 차질이 우려 되는 상황이다. 이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운영위원위원장이 유임을 기대한다고 하니 어떠한 심리상태인지 실로 의문스럽다.


 11월에 오픈한 ‘2014 서울사진축제’는 2012년부터 3부작으로 이경민 전시감독이 기획하여 마무리하는 전시이다. 이 감독은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아카이브 사진전문가다. 세 차례에 걸쳐서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여 사진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시대를 재현하는 표상으로서의 사진의 매력을 환기시켰다. 정직하고 충실한 전시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전시가 될 것이다.


 올해는 2010년 이후 가장 사진전시가 많이 열린 해이기도 했다. 원로 사진가 황규태의 개인전이 북서울 미술관에서 개최되었고, 윤정미, 이선민, 김옥선, 간지, 변순철, 안옥현, 고현주, 장숙, 김정언, 구성수 등 이제 중견 사진가의 반열에 들어선 사진가들의 전시가 연이어서 개최되었다. 또 일우사진상 수상자 정경자, 40대 초반의 여성작가 차경희 등도 개인전을 가졌다. 이중에서 안옥현, 정경자, 차경희 작가의 개인전은 작가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또 분당에 있는 사진전문 화랑인 ARTSPACE J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구성수 작가의 작품은 수공예적인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것과 압도적인 이미지 퀄리티, 효과적인 작품설치 등이 어우러져서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에는 사진전용 갤러리가 있는데, 긍정적인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하는 사진전시가 대부분 본관이 아닌 북서울관에서 개최 될 것이 예상되고 있어 차별받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현재로서는 서울사진축제도 이곳에서 열릴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는 사진의 시대인데 예술제도내부에서는 사진이 소외받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한국사진은 현재 지난 2000년대와 또 다른 형태로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문화를 주도하는 계층이 세분화되고 있고, 미시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전통적인 아마추어 사진가집단, 인터넷공간을 기반으로 한 아마추어 사진가모임, 유희적인 사진애호가, 사진교육자, 전업사진가. 광고사진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론가, 기획자, 사진전문저널, 사진전문갤러리 및 사진미술관, 사진수상제도, 하이아마추어 사진가를 대상으로 한 사진행사 등 여러 집단과 제도가 혼재되어 사진문화가 작동하고 있다. 또 올해는 상이  중단되거나 수림사진문화상처럼 새롭게 제정된 수상제도도 있어 앞으로 한국사진의 지형이 변화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2014년 한국사진의 지형을 살펴보았다. 행사의 부침도 목격했고 세대교체적인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과정이고, 사회문화적으로 확장된 한국사진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과정 속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이들 및 세력은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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